나는 생각한다. 고로 너는 존재한다.

한 피조물에게서 사고 현상이 출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무엇인가? 무엇보다 한 피조물이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선천적 유사성 반응들을 공유하고 있는 또 다른 지적 피조물이 존재해야 한다. 만일 타자의 유사성 반응들이 자아의 그것들과 충분히 비슷하지 않다면, 자아가 도대체 어떤 자극에 응답하여 말하고 생각하는지 말할 수 있다. 그 다음, 한 피조물의 반응들이 말 또는 생각으로 간주될 수 있기 위해서, 그는 특수한 자극에 지향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자극 개념 즉 객체 개념, 나아가 객관성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보기



주관적인 것의 신화와 타자

화자 소리가 언어가 되기 위한 규범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그 규범의 원천은 일정한 방식으로 해석되기를 의도하는 화자의 의도에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일정한 방식으로 해석되기를 의도하는 나의 의도이지, 내가 다른 사람의 방식을 따르려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화자가 다른 사람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그가 다른 사람이 통상 해석되는 방식대로 해석되기를 의도하기 때문이다. 화자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해석되기를 의도하는 의도로부터 언어가 발생한다면, 말하는 자아는 자기를 해석하는 타자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언어의 사회성은 바로 여기 즉 타자에 의해 올바르게 해석되려는 자아의 욕구에서 출현한다. 사고와 인식은 본질적으로 언어적이라는 의미에서 인식의 사회성 또한 여기에서 발생한다. 인식은 타자에게 다가서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전문보기



일인칭 인식론의 실패

전통 인식론의 패러다임은 내 마음에 주어진 자료(주관적 앎)로부터, 외부세계에 대한 앎(대상에 관한 앎, 객관적 앎)을 경유하여, 마지막으로 타자 마음에 관한 앎(상호주관적 앎)으로 나아가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이 패러다임을 나는 “선형 인식론”(linear epistemology) 또는 “일인칭 인식론”(first-person epistemology) 이라 부른다. 선형 인식론은 주관표상으로부터 객관세계를 구성하려 하지만, 타자를 애초부터 배제하는 한, 주체와 세계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심연이 놓이게 되고, 결국 그 인식론은 유아주의(또는 유아론)로 함몰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것을 막기 위해 인식론자들은 타자를 요청하게 된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타자의 인식론적 중요성이 발견되는 과정을 개괄하고자 한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규칙-따르기 논제는 생각과 말이 필연적으로 타자 존재를 요청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인식의 사회성은 규칙-따르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놓여 있을 것이다. 전문보기



경험주의가 잘못 걸어온 길

1. 들어가는 말
2. 엠페도클레스에서 아퀴나스까지
3. 로크에서 흄까지
4. 선형 인식론
5. 나오는 말

경험주의는 오직 경험만이 인식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인식론의 한 입장이다. 합리주의자들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경험주의는 인식이론의 챔피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경험주의는 여태 잘못된 길을 걸어왔으며 이 이론은 결국 인간 인식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이 점을 드러내기 위해 경험주의의 기본 패러다임을 특징지었던 엠페도클레스의 방출이론을 소상하게 설명한 후, 로크의 관념이론을 거쳐 흄의 회의주의까지 경험주의의 역사를 개괄할 것이다. 근세 경험주의는 회의주의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정은 현대 경험주의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경험주의를 전통 인식론의 전형적 패러다임으로 규정한 다음, 전통 인식론에서 무시했던 요소(타자)를 지적할 것이다. 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