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혹은 우울한 청춘은 처절한 사랑의 징표를 뜻한다 피뢰침을 닮은 어느 날 어느 산 정상에서 만난 내 청춘의 그림자 침묵으로 압축된 한 장의 두꺼운 심연이 현란한 겨울철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었다 산정의 묵직한 체위를 空으로 에워싼 연후로 흔적없이 사라져간 바람의 유혹 그러나 전적인 不在가 열어주는 전적 허용의 길이 결코 통쾌한 것은 아니었다 침묵은 억압된 개연성의 환부를 뜻한다 세월이 가르쳐온 체념적인 안심의 경지를 위협당한 것은 영겁의 성좌 유독 그 현기증 나는 상징에의 개연성 때문이었다 심연이란 침묵의 미지적인 속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번개같은 스피드와 명민함이야말로 곪을대로 곪은 오랜 소원의 주된 목록이었지만 그처럼 생사의 간극이 단단하고 명확한 삶의 실행을 마치 원죄적 불능처럼 체감해 온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 바로 나였음을 나는 미리 알고 있었다 문제는 침묵과 심연의 계열이 위조해 온 끝없는 끝장에의 유혹 저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는 한 나 또한 한 걸음도 떼지 않겠다는 무모한 반항이 결국 그림자가 당당히 누워있던 지면에 못을 때려 박았던 것이다 생을 정면으로 관통하며 유영하는 것이 그저 죽지 못해 유지되는 격조없는 관성뿐만은 아니었지만 나의 경이로운 이상심리 내 가죽의 꼴을 하고 드러누운 침묵의 심연이 순간 사라지고 한 다발 일련의 대못들이 화려한 악의 꽃의 박제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다만 청춘의 슬픈 연대기를 위하여 비참할 정도로 맑은 청춘의 기록을 위하여

2002년 유난히 맑았던 5월, 다만 청춘의 슬픈 연대기
2007/02/26 02:06 2007/02/2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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